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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7일.

코스3와 영어 수업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나니 벌써 금요일이고, 11월 27일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스웨덴에서의 시간이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았다.
내가 스웨덴을 떠나는 공식적인 날은 12월 23일이니까...
그때부터 한 달이 조금 넘는 유럽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12월 23일은 코펜하겐에 하루 머물고, 24일부터 1월 4일까지는 런던에 오래도록 있겠지.
1월 4일부터는 뮌헨, 베를린, 베네치아, 로마, 떼제, 리옹, 파리의 순서로 유럽여행을 하는구나.
아직도 한국에 돌아가려면 석 달이나 남았지만 스웨덴에서의 삶은 어쨌든 결국 끝이 보인다.


스웨덴에 오길 잘 했다고 항상 생각한다.
스웨덴에 오기 전 가고 싶지 않아서 많이 고민했었는데...
결국 비행기에 타서 스웨덴에 가는 그 순간까지도 난 전혀 기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결론은 잘 왔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것이 완벽했거나 좋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도 새던 바가지 스웨덴 왔다고 안 새랴. 한국에서 저지르던 뻘짓 여기서도 실컷 했고 가끔 자다가 이불에 하이킥하고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기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나쁜남자를 끊어낸 것이다. 그 경험은 지금도 날 괴롭게 한다. 한번은 그 모든게 터져서 밤에 엄청나게 울어대서 룸메가 걱정해줬던 날도 있다. 오늘도 학교 도서관에 앉아 인터넷 서핑중 문득 떠오른다. 내가 그토록 바랬던 칭찬 한 마디 해주지 않았었지. 항상 나에게 짜증을 냈고,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라고 돌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왜 전전긍긍하며 그 옆에 붙어 있기 위해 애썼을까? 지금 생각하면 정말 멍청했다고밖에는 할 말이 없다. 스웨덴으로 오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도 그런 대접을 받으면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나는 정신차렸다. 아주 많이 정신차렸다. 외로움이란 감정때문에 22년의 인생을 허비하고 살았다. 그게 얼마나 큰 손해인지 여기 와서 알게됐다. 외로움이란 감정에 항상 패배하면서 맨날 울기만 했던 나는 여기에서 그것을 어느정도 이겨내고 견뎌내는 법을 배웠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다. 외로움의 감정을 조금씩 다스리고 조절할 수 있게 된 것, 이것은 스웨덴에서 배운 내 삶의 중요한 경험이다.

그리고... 많이 자유로워졌다.
한국의 수많은 규칙과 시선들로부터 항상 주눅들어 있던 내가 많이 자유로워졌다.
물론 한국사람이기에 가끔 그것들 때문에 우울할 때도 있다. 특히 뻘짓 저지른 다음날같은때-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로워진 내가 좋다. 정말 좋다.
과거의 난 작게는 순간순간을, 크게는 내 삶 자체를 제대로 즐길 줄 모르는 재미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며, 음악을 즐겨 듣고, 유럽여행을 계획하며, 카페에 앉아 친구들에게 엽서를 쓰며, 파티에서 술과 함께 (얼마 안되지만 ㅋㅋ) 외국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고, 한국에서와는 달리 남들의 시선 걱정없이 담배를 피는 자유를 누리며, 더 많은 취미를 한국에서 가져야겠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좀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다. 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내 삶에서 이렇게 긍정적인 욕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물론, 이 여유로운 나날속에서 수많은 잉여짓을 한 것도 인정한다.
영어공부를 게을리 했고. 내 전공 성적은 안습이며(심지어 코스3는 포기할 예정임), 초창기 공허한 마음에 많이 먹었더니 살도 많이 쪄서 두렵다.... 뭣보다 하루하루 생산적인 일은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 두려울때가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취업준비도 해야 하는데, 남들은 다 달리고 있는데, 난 갖춰진 게 없는데 뭐 하고 있나...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여유롭게 지낸 시간(다른 말로 하면 잉여짓-_-;)을 가져본 적이 없었으니까.
여기에 와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참 많이 생각했고, 삶의 교훈들을 많이 깨달았고, 그 모든 과정 속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소중함도 깨달았고, 지금 남자친구에 대한 사랑도 더욱 깊어졌고, 그냥 많이 성장했다는 게 느껴지니까. 그거면 충분하다. 너무 많은 욕심을 가지면 항상 행복할 수 없기 마련이다. 욕심만 앞서 한국에서는 행복하지 않았던 내가 그 많은 욕심을 스스로 내려놓고 작은 것들에 만족할 수 있는 성격으로 변화했다는 것 역시 스웨덴에서의 큰 수확이다.



남은 한달동안....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딱히 해야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럽여행 준비가 스웨덴의 삶을 정리하는 것은 아니니까...
한달동안 그냥 조금 더 스웨덴에서의 자유를 즐기자...





하지만, 난 다시는 스웨덴 근처는 오지도 않을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웨덴은 내겐 마치 군대같은 존재야.... 지나고 나면 그립고 가끔 추억하겠지만 근처도 오고싶지 않아 ㅋㅋㅋㅋㅋㅋ
빌어먹을 북유럽 망할 스웨덴 난 스웨덴이 정말 싫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이것은 진정 아이러니.

by 리슨양 | 2009/11/27 23:49 | :미칠것같을때 | 트랙백 | 덧글(2)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

작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우연히 빅뱅의 "wonderful"이란 노래에 완전히 꽂힌 적이 있다.
왜냐하면 단지

"내가 널 지켜줄게 니곁에 있어줄게 니자릴 채워줄래"
"난 언제까지나 니곁의 든든한 마징가"
"니가 만약 혼자라면 너도 나와 같다면 만약 네가 원한다면 친구가 되줄게"
"이밤이 길다하면 내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로"

따위의 가사가 내 맘을 너무너무 흔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내 마음을 묘하게 흔든 가사는
"이밤이 길다하면 내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로" 부분이었다.

내게는, 이렇게 간절하게 자기 자신에게 기대 달라고 부탁하는 이가 있는가?
과연 이런 사람이 세상이 존재할까?
내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이런 종류의 잡념들이 머리속에 떠돌았다.
우습지만 단지 노래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이미 나는 연애를 통해서 '온전히' 기대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그것을 바라는 것 자체는 피차에게 결국 상처만 줄 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의 연애에서는 몇 번의 고통 끝에 그런 시도를 거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게 온전하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피차 동등하게 잠시 기대다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또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사를 들으면서 나는 과거 내가 가졌던 환상이 일종의 '말'로 구체화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환상이 구체화된 노래가 귓가에서 들리자, 내가 이성적으로 내렸던 결론은 허무한 파도처럼 스러져버렸다.
너무나 유혹적이고 달콤해서, 아름답고 이상적이어서,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는 환상이란 것이 가진 속성때문인가?
언제나 현실에 머무르려 노력하고, 현실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려고 시도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환상의 경계선들이 나를 툭툭 치고 지나가면
자꾸만 다시 환상 속에서만 머무르고 싶어지는 자신을 추스리기가 힘들다.

독립적인 여성상을 꿈꾸면서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본성.
혼란스럽다.

by 리슨양 | 2009/03/17 01:27 | :미칠것같을때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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