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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의 웨하스 의자를 읽었다.

사실 요 며칠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연속으로 읽었다.

예전에 처음 접했던 그녀의 소설은 냉정과 열정사이. 그 소설은 나에게 아무런 임팩트를 주지 못했고, 그래서 내가 갖게 된 그녀의 첫인상은 상당히 별로였다. 그 후에 읽은 반짝반짝 빛나는이 의외로 아주 내 마음에 쏙 들어서, 호감이 조금 생겼다. 그리고 최근에 도쿄 타워를 읽었고, 오늘 웨하스 의자 읽었다.
 

이 여자가 쓰는 사랑이란 (현재까지 읽은 바에 따르면) 소위 '정상적인'사랑의 범주를 벗어난다. 냉정과 열정사이도 사실 몇 년이나 떨어져 있던 연인들이고, 반짝반짝 빛나는 역시 게이커플과 한 여자의 공존이며, 도쿄타워는 연상의 여자를 사랑하는 젊고 철없는 것들(...). 그리고 웨하스 의자는 불륜이었다...
 

사실, 난 끝에 가서야 불륜 이야기인 것을 알았다. 중간에 그런 복선을 넌지시 넣어주었는데(남자의 아들과 딸 이야기-_-) 나는 그게, 남자가 이혼남이라서 그런 줄 착각해 버렸던 것이다. 불륜이라는 것을 깨닫자 그제서야 '우리가 갇혀버렸다'라는 의미가 제대로 느껴졌다. 그래, 갇혀버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불륜이기 때문에.
 

에쿠니 가오리의 특징.

정말 세상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 별 것 아니고 치졸하고 옳지 못하다고 말할 사랑을 기가 막힌 문장으로 감싸 풀어낸다. 천천히 그녀의 문장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납득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도쿄 타워도 그랬고, 웨하스 의자도... 유리알처럼 섬세하다. 가끔씩 마음을 쿡 집는 문장들을 던져낸다.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로 그 사랑이 아름다워 보이기도 하고 동시에 한없이 슬프기도 하고 또 허무하고 마음이 아프다. 그게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을 집어드는 매력이 아닐까 싶다. 뻔한 사랑이야기에서 살짝 빗겨나가는 (조금 위험할 수도 있는) 소재에, 그녀 특유의 문장력.

특히 웨하스 의자.

여자에게는 툭하면 절망이 찾아오고, 그녀는 그 절망과 이야기를 나눈다.

여자는 무지무지하게 외롭고, 애인만이 그녀의 전부다. '애인과 함께 있을때만 나는 부족하지 않다, 나는 충족되어 있다'고 얘기한다. '당신이 없는 나는 죽어있어' 따위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홀로 있는 것은 싫고, 오직 애인만이 필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여자는 매일매일 '망가지고 있다'고 느낀다. 사실, 나는 여자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가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내 세계는 좁고, 많은 사람을 허용하기엔 벅차기 때문에 누군가 한 사람만 있으면 만족할 수 있다고 가끔 생각하지만... 역시 말이 안 되지. 그래서 이해할 수가 없다.
 

누군가를 어딘가에 가둘거면, 그곳이 세계의 전부라고 믿게 해줘... 자유 따위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나는 이 구절을 읽고 정말 무서운 말이라고 생각했다.
마약같은 구절. 알면서도 스스로 갇혀버리는 그 마음을...

이렇듯 뭔가 신비로워 보이고 아름다워 보이고 아파 보이지만
어쨌든 불륜은 불륜일 뿐이다.
아름답게 치장해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참, 인상깊은 불륜 이야기다.

2006년 12월 6일 포스트.

by 리슨양 | 2007/07/22 23:15 | :책/영화 리뷰 | 트랙백 | 핑백(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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