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loos | Log-in


환상과 현실의 경계선

작년 2학기 기말고사 기간,
우연히 빅뱅의 "wonderful"이란 노래에 완전히 꽂힌 적이 있다.
왜냐하면 단지

"내가 널 지켜줄게 니곁에 있어줄게 니자릴 채워줄래"
"난 언제까지나 니곁의 든든한 마징가"
"니가 만약 혼자라면 너도 나와 같다면 만약 네가 원한다면 친구가 되줄게"
"이밤이 길다하면 내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로"

따위의 가사가 내 맘을 너무너무 흔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내 마음을 묘하게 흔든 가사는
"이밤이 길다하면 내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내게로" 부분이었다.

내게는, 이렇게 간절하게 자기 자신에게 기대 달라고 부탁하는 이가 있는가?
과연 이런 사람이 세상이 존재할까?
내가 '온전히'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이런 종류의 잡념들이 머리속에 떠돌았다.
우습지만 단지 노래하나를 들었을 뿐인데.


이미 나는 연애를 통해서 '온전히' 기대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체득했다.
그것을 바라는 것 자체는 피차에게 결국 상처만 줄 뿐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래서 현실의 연애에서는 몇 번의 고통 끝에 그런 시도를 거의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게 온전하게 기대는 것이 아니라,
피차 동등하게 잠시 기대다 힘을 얻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또한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사를 들으면서 나는 과거 내가 가졌던 환상이 일종의 '말'로 구체화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환상이 구체화된 노래가 귓가에서 들리자, 내가 이성적으로 내렸던 결론은 허무한 파도처럼 스러져버렸다.
너무나 유혹적이고 달콤해서, 아름답고 이상적이어서, 알면서도 끊을 수가 없는 환상이란 것이 가진 속성때문인가?
언제나 현실에 머무르려 노력하고, 현실에서 주어진 삶을 살아나가려고 시도하지만
이렇게 가끔씩 환상의 경계선들이 나를 툭툭 치고 지나가면
자꾸만 다시 환상 속에서만 머무르고 싶어지는 자신을 추스리기가 힘들다.

독립적인 여성상을 꿈꾸면서도
결국은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본성.
혼란스럽다.

by 리슨양 | 2009/03/17 01:27 | :미칠것같을때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alicen.egloos.com/tb/2263734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Lena at 2009/11/23 20:09
안녕하세요 ㅎㅎ 링크하러 왔는데 음 무척 공감이 되는 포스팅이 떡 ㅋㅋㅋ 독립적인 여성상을 꿈꾸면서도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어하는 본성, 저도 딱 그래요. 늘 고민하죠 그것 때문에 ㅎㅎ
Commented by 리슨양 at 2009/11/28 21:20
레나님 블로그 글을 보면 굉장히 독립적인 여성으로 보였는데... 역시 누구나 속으로는 그런것들을 고민하는걸까요= _=;;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